ts적청:앙숙이라도 연애는 할 수 있어
품님의 SF ts적청 3차창작입니다.
원류는 요기( https://twitter.com/akel_mix/status/681808673446838274 )랑 요기 http://20140105.tistory.com/72
아카시 행성에 대해 다이카가 아는 거라곤 단편적인 지식뿐이었다. 초능력을 가진 여자들만이 태어나고, 태어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나무에서 열리고, 초능력이 강할수록 어린 모습을 하게 된다는 정도, 즉 전적으로 흥미 위주다. 부하 중 가장 난잡한 무리 혹은 아저씨들만 가득한 거래처의 배가 나오기 시작한 담당이 안줏거리로 삼는 것도 불가항력이라고 용병단의 대장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 '소녀들의 낙원'을 채운 주민들은 그녀들이 유래한 나무를 중앙 인구조절 어쩌구 유기시스템이라는 감수성의 ㄱ자도 찾아볼 수 없는 이름으로 불렀고 그녀들에게 관심을 가질 나잇대의 성인 남성을 미숙한 장애인 쯤으로 여겼으며 도와줘도 태도가 건방졌다. 마지막 사항이 다이카의 마음이 들지 않았다. 사실, 아오미네 항해단과 아카시인 사이의 갈등과 반목은 그녀의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할아버지도 옛날부터...라고 시작하는 이야깃거리였으니 다이카 이전의 많은 대장들도 그 기집년들이 눈꼴셨던 모양이다. 자세히 알지 못하니 적대하기 더욱 쉬웠다. 다이카는 다른 모든 사막 행성 출신처럼, 미확인 소행성단이나 초신성 폭발로 발생한 방해전파 등으로 물증이 남지않는 상황에선 아카시인의 화물을 습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초능력 종족들이 쓰는 물건들은 실제로는 은하 그 어느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치품이라 해도 소녀들의 물건이라는 영문모를 레이블이 붙어 비싼 값에 사려는 이상한 작자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한 아카시인들이 저 도적단을 소탕하거나 적어도 심각하게 경고를 해주지않는 것은 그들이 또한 합리적인 때문이었다. 아오미네 항해단은 그 자칭에 걸맞는 항해술을 갖춘 집단이고 동일한 스펙의 비행선보다 멀리 항해하고 한 세대 뒤의 추격선을 교묘하게 따돌려 달아난 전적이 수두룩했다. 그 말라붙은 행성의 호전적인 종족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일화는 한 세기 전 갑작스런 폭발과 함께 실종된 함선의 구명정이 생존자였던 미라의 고향에 도착했던 사건일 것이다. 용병으로도 유명한 그 야만적인 무리와의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무의미했기에, 아카시인들은 화물에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과 성운 라플레시아도 기겁하게 만들 함정을 설치하는 것으로 소소한 복수를 계획했다. 우주를 둥둥 떠다니며 별의 잔해를 집어삼켜 증식하는 독성의 커다란 꽃과 비교하면 독성물질에 면역이 적은 다이카는 일주일 내내 눈물콧물 다 흘리며 점막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녀가 쓰라린 본보기가 되지 않았더라면 항해단은 노획한 화물을 아무 대비도 없이 뜯었다가 소녀들의 전혀 소녀답지 않은 온갖 종류의 함정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희생자가 열 손가락을 넘긴 뒤에야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다. 가장 강한 사람을 대장으로 뽑아올리는 직관적인 관습이 조금은 도움이 된 셈이다. 물론, 그 대장이 아카시 행성의 가장 어린 여왕, 아카시 세이카에 대한 얘기만 들어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것도 이 일이 원인인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딱히 어느 집단의 우두머리가 반드시 그 집단의 모든 개체가 하는 행동의 원인일 리야 없지만 아오미네인 다이카는 나기부터 그다지 이성적인 사람으로 나지를 않았고, 또 이를 보완하듯 빼어난 직감과 본능의 덕에 이성적인 사고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곤경에 처해본 경험도 없으며, 자기본위적인 말과는 달리 자기 휘하의 장병들과 더 나아가 거기 딸린 식구들, 다시 말해 아오미네 종족 전체의 행동에 대해 그녀 자신이 책임을 졌다. 그러니 자기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을 죄 유린한 최루가스에 대한 모든 책임이 여왕, 아카시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그런 종족적 책임감은 세이카를 상당히 놀라게 했다.
대표직의 보디가드로 아오미네 도적단을 고용한다면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오 표면적으로나마 약탈이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세이카의 합리적인 이성은 그 최선이 너무나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 판단했기에 오찬이 끝나면 미도리마와 그 문제에 관해 따로 상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가무잡잡한 용병대장에게 자신의 호위대로 계약할 생각이 없느냐 하는 질문을 던진 행위 그 자체는 어디까지나 너를 전혀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표현에 불과했는데, 정작 그 여자아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기분이 상한 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공주님과 그녀의 약해빠진 소녀 호위병들을 번갈아 보고는 지금 뭐하는 거냐, 라는 미도리마의 염파가 세이카에게 전달된 직후 엄지와 검지를 붙여보인 것이다.
“이거 따라서.”
아카시 행성과 사막 행성의 대표를 서로 맞은 편에 앉힌 부하를 책망하기는커녕 그런 자리를 한 번 더 마련해야 할 입장에 처한 미도리마가 왼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세이카는 우스갯소리에서 순식간에 현안으로 급부상해버린 최선책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다이카는 미쳤냐고 펄쩍펄쩍 뛰려는 오른팔의 옆구리를 손날로 찔러 침묵시켰다.
당사자들의 당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는 정말로 잘 맞아떨어졌다. 세이카는 아카시 대표의 품위가 유지되는 하한선에 딱 맞춘 숫자만의 호위를 두고 싶었고 다이카에게는 그 적은 인원으로 그 금액의 고정수입이 생긴다면 꽤 짭잘한 일거리였다. 최종 계약서를 측근들과 검토하며 답지않게도 이게 지금 맞는 일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던 둘이었지만 정작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이건 네가 매우 득을 보는 일이며 그러니 감사하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두 여자가 앙숙임을 잘 알면서 일부러 얼굴이 잘 보이는 자리로 배치했던 부하를 멱살을 잡아올릴 기세로 꾸짖고 돌아와 공증인으로 참석한 미도리마는 하고싶은 말을 꾸역꾸역 삼키는 표정이었다.
당사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앙숙 간의 계약 관계는 생각 외로 순탄하게 굴러갔다. 아오미네는 아카시 행성의 소녀들이 그저 소녀일뿐 개중에는 나긋나긋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는 소녀가 있는가 하면 아침운동 삼아 토끼뜀 뛰기로 뒷동산을 넘는 소녀도 있고 모든 일을 확신에 차서 화끈하게 처리해내는 소녀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중 가장 마음에 드는 소녀는 마지막이었는데 그 소녀가 바로 고용주라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다. 사막에서 나고자란 다이카에게 이런저런 풀과 나무가 심긴 정원은 뒤질 가치가 충분한 보물창고나 다름없었고, 제복의 흰 셔츠에 든 풀물을 보고 자신의 보디가드가 안보이던 온 종일을 풀밭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거니 짐작한 세이카는 어쩐지 더 갈굴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성인식날 신나게 박살냈을 소행성처럼 뭔가를 깨거나 부수기만 하면 칼같이 수리비를 청구할 작정이었는데 저 야만인 중의 야만인이 생각보다 얌전해 김이 샜다. 세이카도 소소하게나마 새로 알게된 사실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물을 찾아볼 수 없는 사막의 생명체들이 ‘물 위를 다니는 기술방법론’인 항해술에 뛰어나다는 언어적 아이러니에 대해 장본인은 인식한 적이 없고 전혀 관심이 없다거나 하는 종류의, 다시말해 자신의 호기심을 당사자는 결코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발견이 대부분이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는, 예의 구명정 사건은 이 종족의 뛰어난 항해술을 보여주는 일화로 은하에 받아들여졌지만 정작 본인들 사이에서는 그 구명정의 추진장치가 일찌감치 고장났던 모양이니 탈출 당시에 뱃머리를 모성으로 돌린 귀소본능이 대단했던 사례로 통하는 모양이다. 이쪽은 확실히 흥미로웠다. 아카시 행성 밖의 사람들이 초능력이라 부르는 그들의 고유한 감각과 마찬가지로 사막 행성의 지성체들에게도 본인들에게는 당연해 의식하는 일이 적고 타인들의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비치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세이카는, 제광 행성계의 각 행성에도 인식되지 않았을 뿐인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짬짬히 사유에 잠기다가...실력만 가장 좋은 게 아니라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자하는 본능도 가장 강한 모양인 다이카의 일방적인 휴가통보서를 받고 아주 오랜만에 황당한 기분을 맛보았다. 안타깝게도 계약위반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비서실장에게 세이카의 일정을 확인하고 갔다는 제보도 있었다. 그렇지만 ‘집에 좀 다녀오겠음’ 이라는 성의없는 쪽지는 이상하게도 사람이 고집을 부리게 만들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일정을 확인한 세이카는 살짝 눈을 감고 말라붙은 사막과의 거리를 재어보았다. 어느 새 제법 익숙해졌는지 자신의 보디가드를 찾아내는 일은 훨씬 더 쉬웠다. 세이카는 사뿐사뿐 걸어가 1인용 호버크래프트의 대여양식을 작성하고 있는 다이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마치 사인을 요청받은 연예인이라도 되는 양 하, 이 몸의 인기란...하는 얼굴로 돌아본 다이카가 그녀를 알아보고는 곧장 얼이 빠졌다. 곁눈질로 자신이 여전히 고향별의 우주항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어?????? 하는 말을 끝으로 반응이 없는 보디가드에게 소녀가 생긋, 웃어보였다.
“그냥 한 번 놀러왔어. 집구경도 가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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