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백합 : 용사와 동료
그 소녀는 용사였다. 흰 머리칼을 가지런히 묶어 늘어트리고 눈을 가만 내리깔면 용사가 쓸 화관을 들고 신관 곁에 서있는 견습수녀가 딱 어울린다. 그도 아니면 여행 중에 용사에게 구조되어 풋사랑에 빠지는 역할도 적절해보인다. 그만큼 가냘프고 어여쁜 생김이었다. 외모도 말씨도, 지명을 받아 살풋 내딛는 발걸음 하나까지 전부가 누군가는 그녀를 지켜줘야 할 것만 같은 소녀였다. 하지만 세계가 그녀에게 부여한 역할은 용사를 돋보이도록 만드는 장식품 따위의 하찮은 것이 아니다. 부름을 받아 여신상 앞에 무릎꿇은 그 순간부터 세상의 그 무엇보다 강한 존재가 된 그녀였다. 약자에게 무르고, 강자에게 엄격하다. 황제의 제안을 단칼에 베어내며 물리적으로 황좌마저 베어내는 대담함까지 갖췄다. 다음 행동을 결정할 때에 할 수 있는가 따위는 감히 그 애의 안중에 들지 못한다. 그 일이 옳은가? Yes or No. 오직 그것 뿐. 그 단순하다 못해 단조로운 사고방식으로도 세계의 각양각색의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힘의 소유자가 내 턱에 겨우 이마가 닿는 키의 소녀인 것이다. 놀라운 일이지.
그리고, 아마 눈치빠른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필자는 그런 용사님에게 빠져도 너무 빠져서 이 여행이 끝나면 어떻게 그 고향마을 한구석에 낑겨살아보려고 그 아가씨 소꿉친구한테까지 잘해주고 있다는 웃지못할 상황도 한줄 적어두도록 하자. 너무나 흔한 소재 아닌가? 소꿉친구와 함께 모험에 나선 용사를 짝사랑하는 수줍은 동료. 다만 아름다운 용사와 달리 내 성별은 클리셰를 따르는 고로, 고백 직후 장렬한 산화 같은 인상적인 최후는....뭐, 죽을 판이라면 뭘 못하겠냐마는, 나는 침대 밖에서 죽을 생각이 없으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저 기품있는 왕자님은 자기 화려한 방패를 타고 성벽을 미끄러져 내려간 용사님의 용맹무쌍한 활약에 아무래도 마음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내가 뭐랬어, 아름다운 생물이지? 세계가 바친 공물에 여신께서 숨결을 불어넣은 걸작품이다. 걸음걸음 찬란히 역사책에 기록될 소녀는, 그러나 어린 여자아이답게 왕자님의 손수건에 크게 맘이 흔들린 눈치였다. 보드라운 옷감 위 정갈하고 품위있게 수놓인 왕가의 문장이 만들어낸 틈새에 새틴 드레스 소매자락의 레이스가 파고들었다. 들뜬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부신 샹들리에 밑에서 접근해오는 남자들과 대화를 이어갈 리가 없지. 뭐 혹시 모르는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정의를 위한 행동이 될른지. 이쪽의 못마땅한 시선을 알아차리는데에 실패한 소꿉친구란 놈은 관현악단에 완전히 정신이 빠져있고 본래부터 정신빠진 아저씨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혼자 서서 샴페인을 홀짝거리는 검은 머리의 마녀에게는 절대 접근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금기가 형성된지가 어언...햇수로 6년차인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남몰래 용사님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의미를 티끌만큼도 모른채 춤 신청을 너무나 당연하게 거절한 흰 소녀가 스르륵 다가온다. 손에는 날렵한 샴페인잔.
네 나이에 술이라니 여신께서 용납하시겠어?
다섯 잔까진 괜찮다셨어요.
그런 사소한 것까지 돌봐준다고? 순간 말문이 막혀 가만있는 잠깐 사이 별이 깜빡이듯이 미소가 반짝였다. 농담이라고 굳이 확인사살하지 않는 친절함이 낯설다. 사교의 장에 순식간에 적응한듯한 모습에 의아하게 정신이 팔려있는 내게서 눈을 뗀 소녀가 샴페인을 찰랑거리며 뜸을 들인다. 어울리지 않는 매끈한 유리잔을 돌리는 움직임이 영 어설퍼 그제야 내가 아는 그녀로 보였다. 갑자기 레이디가 되고싶어진거야? 당황한 적 없는 척, 웃으며 놀리자 소녀는 눈썹을 늘어트리곤
여기 사람들처럼 말해야 할 것 같았어요.
왠지...너무 여기 어울려서, 그래서.
하고 풀이 죽었다. 뚝심있는 시골뜨기가 할 법한 말이었다. 그야 나는 내 인생의 소중한 1/8을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레이디가 되도록 교육받는데에 허비했으니 어울리지 않으면 가정교사와 가문과 아버지의 이름이 곤란해진다. 마을에서 화관을 제일 예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던 그녀로서도 두어시간의 관찰로 따라해내기 어려운 영역이고, 단언컨데 익힐 필요따윈 내 허영심보다도 없다. 용사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바라보는 혼을 매료할 수 있는 아이니까. 그 자각이 없는 점도 사랑스럽지. 하지만 궁정 생활이 어울리는 레이디는 역시 성에 맞지 않는지, 호화스런 방과 살뜰한 시중에서 도망쳐서는 내게 주어진 객실의 창문을 똑똑 두드린 것이다.
못 들은 척하면 귀중한 당황한 모습을 또 볼 수도 있겠다마는 그런 시간 낭비로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이 티 안 나는 헌신을 눈치채었을 리 없지만 그럼에도 보답처럼, 어린 용사는 주저하며 같이 자도 되냐고 요청함으로써 내게 유리한 자리를 내어주었다. 지나치게 기쁜 티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면서-상류 계층으로 살아온 나날의 풍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드넓은 침대의 반절을 제공하고, 호화의 극에 달한 욕실에서 세안용품의 종류를 간단히 일러주고, 자기 방에서 광택이 도는 실크 파자마를 야무지게 챙겨왔길래 자는데 편하도록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어준다. 노숙하는 날이 많은 여행길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내 사심을 가득 채운 일련의 행동이 용사님도 마음에 들었던지 안녕히 주무세요, 바로 누운 채 잠시 내 쪽을 향해 인사하는 얼굴이 편안해보였다. 마주 웃으며 인사하고 잠시 눈을 감는다. 물론 잠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넓은 침대여도 샘플용 인골도 아니고 살아있는 누군가가 옆에 누워있는데 잠이 올 리가 없다. 마침 준비된 듯이 달도 밝겠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자는 얼굴이나 관음하며 밤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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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나요, 아침 먹어야죠.
손을 꽈악 쥐어오는 힘에 흠칫 눈을 뜬다. 이렇게 가까이 사람이 있는데 깨워서 일어났다고? 내 당황은 아랑곳않고, 아침 햇살 속에 보얗게 떠보이는 소녀가 손을 뻗었다. 머리카락 뻗쳤다. 이상하게도 조금 들뜬 목소리였다. 나이에 어울리게 별 것 아닌 일로도 행복해진 모습을 보니 왠지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 되어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손을 톡 건드린다. 저렇게 웃는 데에 까르르 란 의성어를 쓰는 거겠지, 아마.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기분좋게 기상한 나의 용사님은 국왕이 주최한 송별회를 거쳐 사랑에 빠진 왕자가 무운을 비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줄곧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고, 아저씨가 오늘 받을 매도의 총량은 감소하고, 소꿉친구 군이 어째서인지 묘한 얼굴이지만 거기 참견할 만큼 기분이 째지는 건 또 아니라 결과적으로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 왕자님의 귀한 손수건이 동네 꼬마의 얼굴을 닦아주는 험한 일에 쓰인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지.
안돼요.
뭐? 저런 멍청이가 내 연구 조금 얻어간다고 해서 별로 위험할 것도 없어.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평생을 건 주제라면서요. 그렇담 당신한텐 평생이 달린 문제일거고, 이런...중요하지 않은 일로 포기할 순 없어요.
이게 안 중요하면 뭐가 중요해, 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렇게 말하려했다. 하지만 세계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와 똑같이 결의에 찬 얼굴로 말하는 안돼요, 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왜 내가 기꺼이 내주려는 대가를 이 애가 중간에서 막아서는 거지? 내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살짝 슬픈 표정이 된 소녀가 고개를 저었다.
내 동료였던 걸 후회하게 만들기는 싫어요. 저 사람이 아니어도 누군가는 알고 있을 거에요.
나와는 달리 너무나 먼 미래를 내다보는 말에 위화감마저 일었다. 용사는 내가 자신의 동료가 아니게 됐을 때, 다시 말해 악이 사라지고 세계가 구원받은 후의 일을 생각하고 입에 올린 것이다. 나는, 지금 널 도와줄 수 있다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 타인의 사고가 이쪽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는 숨 쉬듯이 익숙하다. 다른 사람이니까 나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당연하다 결론낸 지 10년이 지났는데, 이 아이가 나와 다른 것을 본다는 게 왜 이렇게 허탈한 지 알 수가 없었다. 나와 같기를 바라서는 안된다고, 내가 뭘 바라는지 자각한 다음 순간 포기하듯이 정리했는데. 마음만큼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도 잘 없지. 정말 성가신 요소다.
...화났어요?
...그런건 아니야.
조심스럽게 옆 자리에 앉은 소녀가 물끄러미 내 뺨을 지켜본다. 슬쩍 그쪽 손으로 턱을 짚어 얼굴을 약간 가렸다. 화가 났다기보단 풀이 죽은 상태고 그 사실을 모른 채로 두고싶었다. 답지않게,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약간 변명하는 기색으로, 용사가 설명했다. 여행이 끝난 뒤에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갈 거 잖아요. 아니면...다른 곳에 정착하더라도, 여전히 마법사일테고, 여전히 진리를 탐구할 테고.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당신이 하고픈 일을 못하게 되는 건 싫어요.
있을지도 모르는데?
...있을 거에요.
아니,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평소라면 확신이었을 텐데 가정인 게 신기해서.
으...
그렇지?
네...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요.
문득 떠오른 의문을, 문득 입 밖에 낸다. 그건 그냥 네 기분이 그렇다는 말이야? 두루뭉실한 질문에 담긴 의도가 제대로 가 닿았는지까지는 몰라도 하여간 이 물음은 용사가 어깨를 살짝 움츠리게 만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여신의 신탁이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방금 깨달았지만, 홀딱 반한 사람답게, 나는 이 애가 풀 죽은 모습에 엄청나게 약하다. 한숨에 찔끔, 내 안색을 살폈던 용사에게 양 손을 들어보인다. 익숙할 항복의 표현에 얼굴이 확 핀다. 알았어, 지금은 네 말대로 해. 하지만 찾아봐서 없으면 저 대머리랑 거래하는 거야.
....내 결론이 맞아?
똑똑하시네요. 그런 거구나.
말 돌리지
음, 저는 결론만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막연하게, 용사 정도 되는 걸 먹여버리면 충분하겠지, 이런 느낌으로. 충분한 게 아니고 딱 맞는 거네요.
스스로의 소멸에 대해 말하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담담한 태도였다. 순박한 소꿉친구가 절망에 빠진 채 얼어붙어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세계의 인과율과 혼을 사용한 정화 간의 관계식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낸 스스로의 위업에 취할 여유조차 받지 못하고 그저 희생양을 추궁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당사자는 전혀 추궁당하는 사람답지 않게 차근차근 모든 것에 답해나갔다. 딱 맞는다는 건, 더 이상 늦으면 모자랄 수도 있다는 거에요. 달이 기울기 전에 할게요.
여러분, 그 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야!!!
이 파티에서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다행히도 정신을 차렸다. 절친하니까 여자애 멱살을 쥘 수 있고, 절친하기에 용사의 멱살을 쥘 수 있다. 용사의 모험이 끝나면 당연히 고향마을로 함께 돌아가 양치기개의 새끼들을 훈련시키리라 믿고있던 소꿉친구다. 돌이켜보면, 그의 소꿉친구는 그러자고마 약속은 하지 않았다. 정말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그건 자기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걸. 멋대로, 혼자 속으로만이지만 저 애와 함께라면 같이 죽어도 좋다던 생각은 철이 없을뿐 아니라 무의미한 각오였던 것이다. 나는 소년이 글썽이며 용사를 다그치는 것을 다 지켜보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내 연심이 이틀 뒤에 사라져버린다는 선고는 갑작스럽고 너무 날카로웠다.
그날 밤 그 애는 나를 찾아왔다.
할 말이라도...있어?
...네.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나는 더 이상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엇으로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똑같이 그저 말이 없었다. 손에 예의 손수건을 쥐고있다. 내 시선을 눈치챈 용사도 향은 이미 날아갔지만 여전히 보드라운 손수건을 내려다보았다.
이거...아, 기억하세요, 전에 왕자님한테 받은 거에요.
내가 기억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니?
관심없는 거 기억 못하니까, 가 내가 예상한 변명이었지만 용사는 아예 내 예상을 전부 틀린 것으로 만들 생각인지 가볍게 웃었다. 긴장이 풀렸을 때 곧잘 짓는 표정이었다.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나를 두고 소녀가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런 천 정말 난생 처음 본 거 였거든요, 엄청 신기했어요. 뭐 나중엔 막 드레스도 입고 그랬지만, 아무튼 이게 제일 처음이니까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서 집에 가져가서 다들 구경시켜 주려고 했는데, 그치만 지금 그러면 이거 너무..유품이니까. 그래도 아깝지는 않아요. 버리려구요. 강아지들도..지금은 강아지라기보단 어린 개들이겠지만, 뭐..잘 돌봐줄테니까. 그것도 괜찮아요. 아쉽긴 한데 그게 큰 문제는 아니잖아요. 걔도 지금은 막 울고 있지만...나중엔 괜찮아지겠죠.
착한 애니까.
후후, 네. 좋은 애에요. 정말... 그러니까 미안하기는 한데 걱정은 많이 안해요. 나중에 내 자랑 많이 해주기로 약속도 했으니까 괜찮을 거에요. 음, 그거 말고는 별로 걱정되는 거 없어요. 저 좀 둔하잖아요.
그래. 근데 나 그래서 본론이 뭐야? 라고 묻고 싶은데. 한 3초 뒤엔 진짜로 말할 거 같아.
그러니까...왜 이런 얘길 하고 있냐면...저, 엄청 미련 없어보이는 거 맞죠? 보통 사람 시선에서. 저 잘 모르겠어서.
응, 엄청.
그쵸. 뭐랄까, 처음부터...나 없어지는 거 알고 있었으니까 더 그런 거 같아요. 다들 내가 구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아, 죄송해요. 거짓말이에요. 다들이 아니고...
초조하게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던 용사가 힐끔 올려다보곤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꼭 뭐 잘못한 애처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머리라도 쓰다듬어줘야 하나 싶었다. 조금만 더 깊이 고민했더라면 작은 말을 놓쳤을 것이다. 연구요.
연구?
주제...그거, 안 넘겼으니까 여전히 당신 거잖아요. 다시 연구 시작할 수 있지요.
응.
그쵸? 하고싶은 거 하면서 잘 살 수 있어요. 미안해요, 못된 애라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안 그랬음 좋겠어요. 내가 없어져서 안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그치만 사람은 언젠가는 괜찮아지잖아요.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면 누군가는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에요. 나, 그게 질투나서....그치만 용사니까...나랑 같이 가주면 안돼요?
못된 애라서 미안해요. 똑같은 사과가 다시 한 번. 나도 멍청한 사람처럼 같은 말을 또 한 번 했다. 너 정말 못된 애구나. 다른 거 다 제쳐놓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자길 좋아하는 걸 알고 하는 말에 저거 말고 다른 대응이 먼저 나올 수가 없었다. 이 얼마나 교활한 전략이니? 처음부터 거부할 수 없는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듯이 말하다니. 다른 인간이 이 따위로 수작을 부렸다면 당장에 귓속에 담쟁이덩쿨을 심었을 텐데, 하지만 다른 인간이 아니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소녀였다. 같이 자도 되냐고 부탁했던 때보다 몇 배는 간절하게 같이 가달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같이 죽고싶다는 말 맞지? 그러자 용사님은 그야말로 정확히 원하던 말로 답했다. 미안해요...좋아해요.
Q. 이 상황에서, 내가 지을 수 있는 최상의 미소 이상으로 멋진 대답이 존재하는가? (제한 시간 3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