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렙에 총사령부 입대를 마치자마자 군표를 모아 3일만에 초코보를 장만한 김키안은 <버디를 불러낼 수 없습니다>를 초코보를 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30렙까지 에오르제아를 뛰어다녔던 것이다!
품님 말따나 최애캐한테 똑같은 짓을 시키면 이 바보짓의 멍청함이 좀 희석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건그거고 이건이거다 아오미네가 초코보를 타든 말든 내가 멍청한 짓한 건 안변해...ㅠㅠ..
아오미네:중원휴런남 모험가 격투가>검술사로 중간이직했음
타카오:ㅅㅏㄴ크레드 .... :-)
가면 쓴 남자에 대한 정보를 찾으러 울다하로 흘러가볼까, 하던 참이었다. 모래의 집을 나와 바로 좌회전, 마른 바닷바람을 등에 맞으며 구보로 계단을 종종 뛰어 올라가면 커다란 라라펠 석상이 있는 작은 광장. 저녁별 만의 사람들이 약속의 장소로 활용하는 이 곳의 2시 방향에 초코보 대여소가 있다. 대여용 초코보까지 넉넉히 상비하는 울다하의 지점에 비해 수송만을 서비스하는 저녁별 만 지점의 수용 공간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방문객들의 사유 초코보를 맡아 관리해주는 것도 대여소의 빼놓을 수 없는 수입원인지라 축사에는 여분의 ‘여관방’이 존재한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얘기이고 큼직한 초코보를 데리고 돌아다녔다간 반드시 제제를 받는 큰 도시에서와 달리 이런 작은 마을은 초코보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관문 안으로 달려들어오는 모험가가 수두룩했다. 사람을 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타타루는 깜찍한 불평을 털어놓았지만 타카오는 모험가들의 이런 소소한 비행에 관대한 축이었다. 금방 끝나는 용무로 방문한 사람들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지. 열심히 뛰어만 다니다 초코보를 타보니 얼마나 신나겠어? 이슈가르드 쪽에서 탈출한 초코보를 그리다니아 측이 포획해 번식에까지 성공했을 때, 새벽의 혈맹은 혹시라도 초코보 독점이 에오르제아 동맹군 간의 균열을 야기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령이 에오르제아 동맹군 전체에 초코보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큰 목장을 세워도 좋다고 허락해주어 다행이었다. 초코보는 단순한 가축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마물이 들끓는 위험한 지역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는 모험가에게는 특히 그렇고, 따라서 대여소에서 다시 자신의 초코보를 돌려받아 목등을 다정하게 쓸어주고 있는 저 모험가에게 있어서도 초코보는 정이 듬뿍 든 소중한 동료일 것이 틀림없다. 타카오가 짐작하고 기억하기로 그는 거창한 대의명분보다 총사령부에서 지급하는 군용품 중의 하나인 초코보에 마음이 쏠려 입대한 모험가답게 입대하자마자 득달같이 군표를 모아서는 사재에 초코보를 추가했으니 지금쯤이면 정이 들다 못해 아마 눈빛만 보고도 초코보가 어디가 근지러운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샬레이안 출신의 청년은 말을 걸까 말까를 소일삼아 고민하면서 까맣게 탄 모험가가 자신의 초코보에 안장을 매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간간히 초코보가 삐익, 깨나 사랑스럽게 울어댈 때마다 아오미네도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무어라 대답을 하는 양을 보자니 확실히 절친한 사이가 된 모양이었다. 가슴가리개가 단단히 고정되었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 확인한 모험가는 튼튼한 가죽고삐를 바른손에 쥐고서, 성큼성큼 관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아무래도 처음 배운 내용이 제일 몸에 익기 마련이라 그런가 검과 방패를 맨 지금도 여전히 격투사들처럼 체중을 앞꿈치에 싣고 있다. 걷는 인간을 따르는 초코보 특유의 느긋한 발걸음이 뒤를 이었다. 타카오가 바쁜 몸이실 영웅후보생을 불러세우기로 결정한 것은 그 초코보의 꼬리깃이 유달리 푹신한 모양새라거나, 뭐 그런 이유가 아니고, 그 사람과 그 초코보가 저 도보 여행의 형태에 너무나도 익숙해보였기 때문이다. 초코보와 만나기 전까지 줄창 뛰어다니던 사람이야 그렇다쳐도 초코보는 태우고 달리는 쪽이 익숙한 게 보통이었다.
“여어, 아오미네!” “타카오.” “오랜만이네? 이번엔 그리다니아?” “아. 산길지기가 가면남을 봤대서.” “고생이네~ 울다하로 돌아가려고?” “아니, 관문에서 일 좀 보고.”
새벽별 관문에서 또 뭔가 할 잡일을 떠맡은 모양이다. 휴런 중에 제법 사나운 생김인 것치고는 밀어붙이는 상대에게 약한 타입이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고 또 본인은 별 생각 없는듯해서 타카오가 뭐라 끼어들 구석이 없다. 그래서 그는 화제를 초코보로 돌렸다.
“이 녀석이 네 초코보지? 탈만해?” “어....뭐.”
의심하던 딱 그대로의 반응이다. 말 흐리기, 눈 피하기, 뒷목 만지기. 숨겨도 소용없다고 일깨워주기도 의외로 귀찮은 일이라 그냥 본론으로 직행한다.
“안 그래도 왜 안타고 걸어다니나 했다. 자자, 얼른 형한테 털어놔보셔! 한방에 파박! 해결해드릴테니까!” “아니, 해결이고 자시고 없어 그냥 얘가 사람을 못 태워서 그런 거니까.” “하?! 그럴 리가, 훈련도 안 된 초코보를 흑와단에 납품했단 말야?”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자 초코보가 쿠엑, 하고 갈라진 소리로 울었다. 방금까지 아랫부리로 주인의 정수리를 문지르며 삑삑대던 그 초코보는 어디로 갔는지 그야말로 못마땅하게 혀를 끌끌 차는 꼰대영감님이 생각나는 울음소리였다. 그 주인은 또 어떤가하면, 무슨 일이 나도 자긴 잘났다는 표정으로 당당히 얼굴 들고 다니는 아오미네 다이키치고는 엄청나게 방어적인 태도로 아니 이제 와서 바꿔달라기엔 정도 들었고, 이름도 지었고... 등의 변명거리를 주워섬기는 것이다. 좀 귀찮은 일에 끼어들었나? 얼핏 든 생각을 훅 날려버리고 타카오는 모험가에게 손짓했다.
“뭐가 문제인지 봐줄테니까 한 번 타봐, 진짜 문제 있는 초코보면 그거 일부러 그랬을 확률이 높아. 그냥 심술이나 앙심 정도면 상관없지만, 아예 널 노리고 수작 부린 거면 잡아내야지.” “..하.”
일개 모험가를 맞아들이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들어오던 군인들을 기억하는지, 영 마뜩찮은 표정이면서도 아오미네는 순순히 자기 초코보의 등 옆으로 돌아가서 뛰어올랐다. 타카오의 감상평을 한 마디로 줄이면, 대체 세상 어느 누가 초코보를 그렇게 타??? 정도가 되시겠다. 펄쩍 뛰어 주인을 떨어트리는 초코보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응, 그 누가 봐도 문제 있는거 기수 쪽이니까. 초코보 정당방위니까. 사람을 태우도록, 옆에서 마물이 쫓아와도 그 사람의 지시대로 달리도록 훈련받은 초코보가 사람 떨어트릴만한 탑승법이니까. 놀라서 자기가 떨어트려놓고는 또 그 주인이 걱정되어서 바로 살펴보고 삐익대는거 보면 초코보 중에서도 엄청 주인 좋아하는 편이니까. 그 이상의 생각은 곧바로 소리내어 들려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아, 타카오는 등이 아니라 양발로 안정적으로 착지한 모험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초코보 말야, 새니까 새가슴이잖아? 너랑 달리 소심하고 예민한 애들이라고. 저기 어디냐, 굽은가지 목장에 가면 초보들한테 맨날 초코보 놀렸다가 물린 엉덩이가 아직도 아프다~ 하고 겁주는 사람 있는데. 그렇게 겁줘서 소중히 다루도록 유도할 만큼 심약한 애들이걸랑 초코보가. 근데 그런 애들을 그렇게...나무 위에서 먹잇감 덮치는 것처럼 털썩 내려앉으면 주인인거 알아도 놀라지, 당연히.” “아니, 이렇게 탔단 말야.” “대체 누가wwwwwwwww” “...종달새 지저귐에서...” “몰볼 입냄새 피하느라 주인도 초코보도 물불 안 가렸던 거 아니고?” “.......”
끄응, 말문이 막혀 고개를 돌린 아오미네는 저를 바라보며 동그란 눈을 연신 깜빡이는 길동무의 부리 옆을 살살 만져주었다. 그 손짓을 흉내내어 그의 이마를 톡 건드린 타카오가 손을 거두어 자신을 가리켰다. 시범 보여줄 테니까. 순순히 일어나서 물러나는 주인을 초코보는 습관적으로 따라가려했다. 그 고삐를 잡아 가볍게 당겨 이쪽을 의식시키고 짧게 휘파람을 분다. 다른 모든 안장 얹은 초코보들처럼 이 모험가의 초코보도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고 목을 살짝 빼어 사람을 태울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오미네의 얼굴이 퍽 심각해, 뭐 그렇게 에오르제아 최고로 바보 같은 짓은 아니었다고 위로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에이, 얼굴 펴wwww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wwww남한테 피해준 것도 아니고wwww해봤자 네 초코보가 헉, 내 주인 인간 중에 좀 모자라는 거 아냐? 큰일인데. 하고 잘해주는 정도 밖에 더 됐겠어?” “야.” “아니, 근데 얘가 너 그렇게 봤어도 할 말 없는 일인 건 맞지wwwwwwwwwww"
낄낄대며 안장을 붙잡고 가볍게 몸을 끌어올린다. 따로 신호를 주지 않아도 일어서 달릴 준비를 하는 것까지, 정규 훈련을 완벽하게 이수한 모범적인 초코보였다.
“이런데 사람을 못 태우는 초코보 소리나 듣고, 얼마나 억울했겠어?” “알았으니까 이제 내려.” “왜wwww뿔났어? 이제 네가 타봐, 봐줄게.” “필요 없거든?” “에이, 휘파람 맞게 안 불면 못 알아들을지도 몰라?”
말하면서도 타카오 본인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초코보는 오래 멀리 뛰어다니도록 태어난 생물이고, 그런 초코보 중에서도 주인을 엄청 많이 좋아하는 축에 끼는 저 초코보라면 아오미네가 탈까말까 고민하는 눈치만 보여도 어서 타라고 바닥에 앉아줄지도 모른다. 과연, 방금 시범 보였을 때의 약속된 신호와는 다른 음, 다른 길이의 휘파람에도 초코보는 기꺼이 무릎 꿇어 주인을 태워주었다. 반응이라곤 재미없는 오, 가 전부인 아오미네도 얼굴엔 드디어 초코보를 타고 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번히 비쳤다. 그래서 타카오는 그 이상 놀리거나, 조금 더 잔소리를 하거나, 혹은 무운을 비는 등의 긴말은 앉고 그저 손을 한 번 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같은 인사를 돌려준 휴런이 살짝 고삐를 당기자마자 처음 주인을 등에 태운 초코보가 삐익, 신이 나서 짧게 울고는 쏜살같이 달려 저녁별 만의 관문을 빠져나갔다.